테니스의 위엄
기본정보   이름: 윤규식      등록일: 2016-04-13 01:19:46     조회: 5832

 아파트 코트입니다.

연초록의 이파리들이 싱그럽네요.

누군가가 말을 건넵니다.

- 형님, 요즘 공 잘 맞습니까?

- 늘 그렇지뭐. 허리도 안 좋고. 그래도 기본은 하지.

- 언제 함 뭉치까예.

-그래, 아니면 멀리 가서 쳐도 좋고...


 누군가 옆에다 대고 묻습니다.

- 몇 개 칩니까?...

누군가가 코트 가장자리에서 스윙을 합니다.

- 부드럽네요.

테니스코트에서 대화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골프에서 골프로 끝이 납니다.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골프를 친 적도 없을 뿐더러 테니스코트에서 골프 스윙 연습을 해대니 짜증이 납니다.


저는 골프보다 테니스가 좋습니다.

제 매형은 영국사람입니다.

제 아이가 테니스 선수였습니다.

그래서 누나가 매형에게 조카가 한국에서 테니스 선수라고 얘기를 해줬습니다.

매형이 우리를 우러러보며 물었습니다.

너네집안이 왕족쯤 되느냐고... 누나는 지신있게 말하더군요.

맞아. 우리 집안은 왕족은 아니지만 왕비족이야.

왕족이나 왕비족이나 또질개질이니까 거짓은 아닙니다.

파평 윤씨거든요.


영국에서는 테니스선수로 키우려면 엄청난 재력이 필요합니다.

영연방은 물론이고 미국을 비롯한 유럽에서도 테니스에 대한 리스팩트는 대단합니다.

일례로 이건희씨가 삼성에 테니스선수단을 만든 이유가

윔블든을 보고나서 눈물겹도록 감명을 받아서랍니다.


매형이 홍콩에 근무할 때

골프는 마음대로 칠 수 있는데 테니스는 일주일전에 예약을 해야 겨우 할수 있답니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는 무척 뿌듯합니다.

근데 아파트 테니스코트에 가면 슬며시 짜증이 올라 옵니다.

한 명만 빼놓고 우리 코트의 모든 이가 골프를 한답니다.

그 한 명이 저라는 사실이 불행일까요.

불행은 제가 결정하는 것이니 제 질문이 잘못되었네요.

저는 억지로라도 테니스를 예찬합니다.


땡볕이 내리쬐는 여름날, 숨이 턱까지 차올라도 끝까지 따라가서 쳐넘기는

노란 공과의 교감이 끔직합니다.

따뜻한 남쪽나라라서 더욱 추운 겨울날, 보온 파카를 두툼하게 입고 눈만 빼꼼히 내놓고

즐기던 사람들과의 교류도 남다릅니다.

여전히 테니스는,

여전히 테니스 파트너는 내게 존경스런 존재로 다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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